광촉매 탈취, 김서림 방지 효과 (2)

  • 광촉매 탈취 효과

응용연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발상의 전환점에서 태어난 광촉매 탈취 기능을 소개하고자 한다. 광촉매의 응용연구는 산화티탄이라는 물질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최적의 광촉매 재료를 찾고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금도 산화티탄이 뛰어난 광촉매 재료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산화티탄 광촉매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산화분해력이며, 그 능력은 수질정화에 이용되는 염소와 과산화수소, 오존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하고 따져 보아도 많은 양의 물질 분해에 산화티탄 광촉매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광촉매 반응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간단한 계산을 해보았다. 가로, 세로 각 10cm의 산화티탄 박막을 사용하여 유해물질의 하나인 트리클로로에틸렌 1mol (약 130g)을 분해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태양광(3mW/㎠) 아래에서는 무려 11주나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전에 유조선 사고로 바다에 원유가 유출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 원유를 산화티탄과 태양광으로 분해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도 진행되었다. 실험실에서 실험해 보면 원유를 분해할 수는 있었지만, 실용화의 길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다른 곳에 광촉매 반응의 강한 산화분해력을 살릴 수 없을까? 그 때 발상의 대전환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다량의 대상물에는 적합하지 않다면 발상을 확 180도 전환하여 미량일지라도 우리가 저감에 힘들어하는 물질이나, 곤란을 겪고 있는 물질을 상대해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조금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광촉매의 응용연구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미량일지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 중 하나로 악취물질이 있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 황화수소,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있으며, 대기환경 중 이들 농도는 국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아세트알데히드의 경우 5ppm 이면 규제치의 10~100배에 해당하는 지독한 냄새로 견딜 수 없는 농도이지만, 산화티탄 광촉매로 충분히 분해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렇게 극히 미량일지라도 문제가 되는 악취물질 및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광촉매로 분해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응용연구가 전개되어 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에는 합판 건축자재용 접착제의 방부제로 쓰이는 포름알데히드, 페인트나 접착제의 용제로 사용되는 톨루엔, 크실렌 등이 있다. 이들은 신축주택에 입주하면 두통이나 현기증, 메스꺼움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는 이른바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또한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감수성은 사람에 따라 달라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과민하게 반응하여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미량일지라도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물질에 대하여 광촉매의 탈취 효과를 활용해 나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광촉매 탈취

광촉매 재료 개발에 관해서도 발상의 전환, 유연한 자세를 항상 생각했다. 즉 광촉매를 얇은 막으로 재료 표면을 커버하는 박막코팅법이 뛰어난 방법임을 알았지만 그 방법에 만족하지 않고 종이와 섬유 등에 스며들게 하여 담배 냄새나 담배 진을 분해하여 응용연구도 진행했다. 종이에 직접 산화티탄을 혼합하는 것만으로는 광촉매 반응에 의해 종이 자체가 분해되어 너덜너덜해져 버리기 때문에 산화티탄을 응집하여 펄프에 넣는 등의 다양한 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산화티탄을 혼합한 종이를 만들어 담배 진의 제거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일반 종이에 비해 산화티탄이 들어간 쪽이 노랗게 변색하여 또 다시 실패하였다고 실망했지만 거기에 빛을 쪼이면 흰 종이로 되돌아왔다. 정말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연구라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광촉매 탈취

거미가 거미줄을 쳐서 먹이감을 잡아 나중에 먹는 것처럼, 산화티탄이 들어있는 종이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는 담배 진을 모았다가 빛을 쪼이면 이들이 분해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는 종이나 섬유제품, 커튼, 벽지 등의 제품으로 실용화되고 있다. 커튼이나 시트 등의 섬유제품은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광촉매 탈취 효과를 이용한 광촉매식 공기청정기는 가정용, 업무용, 자동차나 고속전철 등의 교통시설과 각종 공기청정기 필터로 활용되고 있다.

가정용으로는 이미 일반적인 기술로 되어있으며, 업무용으로는 새로운 기술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광촉매 탈취 효과 도입 사례를 검증하면서 응용 분야가 넓혀지길 기대하는 영역이다. 지금까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이나 시체 처치실에서 포르말린의 강렬한 냄새가 깨끗하게 잡혀 호평을 받고 있다.

광촉매 탈취 효과를 이용한 광촉매 필터로는 세라믹 필터가 높은 분해활성을 나타내고, 항균, 항바이러스 성능도 겸비하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필터와 광원을 세트로 한 광촉매 카트리지를 만들고, 그것을 다수 배열한 대형 광촉매 탈취 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카트리지를 자유롭게 조합하여 대형시설의 용도나 조건에 맞는 맞춤형 광촉매식 탈취장치를 쉽게 설계할 수 있다.

냄새에 시달리는 직장은 의외로 많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나 고무 공장, 건어물이나 식초절임을 만드는 식품가공공장, 화학분석센터, 연필제조공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광촉매 탈취 기능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 요양 시설이나 의료 시설을 위한 천장 매립형 환기장치에 광촉매 탈취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요양 시설 특유의 냄새가 제거 완화되면 입주자와 그 가족,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기분이나 정신면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 김서림 방지 효과

도쿄이과대학 카츠시카캠퍼스의 사이언스 도장에 있는 비가 내려도 물방울 맺힘이 일어나지 않아 양호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창의 전시물을 소개했다. 이와 같이 유리나 거울의 표면에서 김서림이나 물방울 맺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작용을 김서림 방지 기능이라고 한다.

광촉매에서 이 기능의 발현에 관여하는 것이 초친수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유리 및 거울의 표면에 광촉매를 코팅하여 빛을 쪼이면 그 표면은 물을 거의 튕기지 않는 성질로 변한다. 더욱이 이 현상을 자세히 해석해 본 결과, 지금까지의 산화분해반응과는 다른 현상임을 알게 되었다. 이 초친수성의 발견은 광촉매의 응용연구가 더욱 발전해 나가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는 산화티탄의 강한 산화분해력을 응용하여 항균 및 탈취, 오염물질의 분해 등에 응용하려는 흐름이지만, 거기에 초친수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어, 김서림 방지, 더러움 방지 기능의 추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면 물을 전혀 튕기지 않는 초친수성이란 어떤 상태를 말할까? 왜 비오는 날에도 유리창에 물이 맺히지 않을까? 여기서 키워드가 되는 것이 표면과 물 사이의 접촉각(Contact Angle) θ이다. 우리 주변 보통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물질의 표면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물을 튕겨낸다. 어느 정도 물을 튕겨내는가의 척도로 사용되는 것이 물방울과 물질 표면사이의 접촉각이다. 접촉각이 클수록 물방울은 구슬모양이 되고, 물을 더 잘 튕기는 발수성이 된다. 반대로 접촉각이 작을수록 물을 밀어내기 어려워지는 친수성이 된다.

비온 뒤 연못이나 늪에 떠 있는 연꽃잎을 본 적이 있는가? 관찰하여 보면, 잎 위에 물방울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사한 형태의 물방울은 발수처리한 비옷 등의 표면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표면이 발수 상태에서는 물과 접촉각이 90도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등 수지에서는 그 각이 70~90도, 유리 등의 무기 재료에서는 20~30도로 물질에 따라 다르지만, 10도 이하의 것은 드물다.

산화티탄에 적당한 조성을 조합한 박막표면은 처음에는 물과의 접촉각이 수십도 이상이지만, 빛을 쪼이면 접촉각이 감소하여 최종적으로 거의 0도가 된다. 이 때, 물방울은 만들어지지 않고 균일하게 젖어 퍼진 수막이 되어, 전혀 물을 튕겨내지 않는다. 이 현상을 초친수성이라고 한다. 일단 초친수성 상태가 되면 그 후 수십 시간은 빛을 쪼이지 않아도 접촉각은 수 도 정도를 유지하고, 다시 빛을 쪼이면 초친수성이 회복된다.

유리 및 거울에 김이 서리는 것은 수증기가 표면에서 냉각되어 많은 물방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초친수화된 표면에는 물방울이 형성되지 않고 균일한 수막으로 젖어 퍼지기 때문에 김서림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도한 초친수성 표면에서는 기름때 등이 붙어도 젖어 퍼진 수막이 기름때를 띄워 물만 흘러주는 것으로 쉽게 씻겨 내려가는 것도 큰 발견이었다. 건물 외벽 더러움의 대부분은 자동차의 배출가스 등에서 온 유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표면에 초친수성 광촉매를 코팅해 두면 먼지가 붙어도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씻겨 내려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촉매의 산화분해력으로 더러움을 직접 분해하는 기능과 접목한 기술은 더러움 방지 기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주택 건축분야에서 널리 광촉매를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도한 재료가 더러워지는 정도는 물과의 접촉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불소처럼 접촉각이 큰 발수성 재료일수록 더러워지기 쉽고, 접촉각이 작은 초친수성 재료는 다른 재료에 비해 잘 더러워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

비오는 날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에 밧방울이 맺혀 뒤가 잘 보이지 않아 불안한 적이 있는가? 광촉매 코팅에 의해 물방울이 맺히지 않아 흐려지지 않는 사이드미러가 실현되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에도 광촉매 처리된 사이드미러가 탑재되고 있다. 또한 기존 사이드미러에 붙이는 타입의 광촉매 필름도 하이드로텍트 필름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되어 있다. 악천후에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 도로반사경이 흐려져 위험을 느낀 적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스테인레스 거울면에 광촉매 초친수화 처리 후 김서림 방지와 물방울 맺힘 방지 기능을 갖게 한 도로 반사경을 세키수이지수지가 개발했다. 이것은 비오는 날에도 양호한 시야가 확보되어 도로 교통안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에 이어 도로 반사경에 응용이 실현된 것으로 악천후 시 사고율의 감소, 즉 사람의 생명에 직결되는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모든 도로 반사경을 흐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겠다

 

  • 참고글

광촉매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